작성일 : 21-10-14 04:39
[Books&Biz] 나쁜선택 유도하는 '슬러지'에 '너지' 저자들 13년만에 칼 뽑아
 글쓴이 : 왕형경은
조회 :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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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dge : The Final Edition / 리처드 H 세일러·캐스 R 선스타인캐스 R 선스타인. [매경DB]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너지 이론'만큼 잘 팔린 경제학 이론은 없다. 이른바 '행동주의 경제학'으로 불리는 너지 이론은 대규모 예산 편성 없이도 당장 집행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영국·미국 등 각국 정부가 앞다퉈 도입하기 시작했다. 너지 이론을 만든 학자들은 유명세를 타면서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는 한편, 백악관에 들어가 직접 정책을 입안하기도 했다. 그중 한명은 급기야 2017년 노벨경제학상까지 받았다. 경제학 이론을 넘어서 너지라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을 만들어 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2008년 봄 베스트셀러 '너지'를 탄생시켰던 리처드 H 세일러 시카고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캐스 R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올여름 약 13년 만에 '너지 최종판(Nudge: The Final Edition)'을 들고 나왔다. 몇 군데 수정 정도였다면 안 읽었을 텐데, 6쪽짜리 짧은 서문을 읽고 나니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이 솔직하다 못해 겸손하기까지 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서문에서 "초판을 돌이켜보니 시대착오적인 게 많았다"고 덤덤하게 고백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시장의 문법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고, 미국 정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란 큰 변화를 겪었으며, 현재진행형 코로나19 팬데믹은 전세계를 뒤집어놓고 있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노벨경제학자라고 해서 별게 있겠나. 최신 개정판을 낼 수밖에.흔히 '부드러운 개입'으로 번역되는 너지 이론은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 너지(nudge)에서 나왔다. 인간은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는 이성적 주체라는 전통 경제학의 가정은 치워버리고, 모든 인간은 불완전하다는 데서 출발한다. 인간은 놀라운 피조물이지만 항상 완벽한 건 아니다. 복잡하게 꼬인 질문 앞에서는 종종 옳지 않은 선택과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런 어리석은 실수를 막기 위해 약간의 도움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세일러와 선스타인 교수는 질문의 구조만 약간 바꿔도 손쉽게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너지란 특정 답안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좋은 의사결정을 위한 설계도를 짜주는 '선택설계(choice architecture)'라고.영국을 예로 들어보자. 정부는 국민에게 전기를 아껴쓰라고 호소해 왔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옆집의 전기 사용량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나자 동네의 전체 전기 사용량이 줄기 시작한다. 옆집이 우리 집보다 전기요금을 덜 냈다는 사실을 알고 나자 당장 우리 집도 전기절약에 나선 것이다. 너지 이론의 '집단동조'에 해당한다.여기까지는 너지 초판과 최종판이 다를 게 없다. 너지를 정의하고, 사람들이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는 원인을 네 가지로 추려냈다. 기준선 설정의 오류, 가능성의 오류, 현상 유지 편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저자들은 2021년 현재 시각으로 적절치 않은 사례를 과감히 빼고 최근 새로운 사례로 갈아끼웠다. 예를 들어, 아이팟 사례(스트리밍에 익숙한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는 MP3 파일로 담아 듣던 아이팟이 뭔지나 알까)나 동성결혼 사례(이미 법이 바뀌어 2015년 이후 미국 대법원은 동성결혼을 합법화했다) 등은 최종판에서 삭제됐다.그런데 사실 이 최종판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너지를 악용하는 '슬러지(sludge)'의 등장과 코로나19의 영향이다. 슬러지는 공장 폐수나 산업 폐기물 등 오염물이 섞인 진흙을 뜻하는 영어 단어다. 저자들은 나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교묘하게 유도하는 것을 슬러지라고 정의한다. 너지가 선한 의도의 선택설계라면 슬러지는 악한 의도의 그것이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나타난 '투표억압'을 예로 들어보자. 유색인종의 투표를 어렵게 하기 위해 그들의 주된 거주지역에 투표소를 줄이고, 특정 신분 증명서 같은 걸 갖고 와야 투표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이론적으로는 원한다면 누구나 투표가 가능하지만, 유색인종에게는 투표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 선거 결과를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몰아간 셈이다. '구독경제'도 비슷한 예다. 페이월이 있는 영국의 어떤 뉴스 웹사이트에서 기사를 보기 위해서는 1파운드를 내고 1개월 시험판에 가입해야 한다. 맘에 안 들면 언제든 취소가 가능하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구독을 취소하려면 2주 전에 통보해야 한다. 심지어 미국 시카고에 있는 세일러 교수가 영국의 신문사 영업시간에 맞춰 전화로 구독 해지를 해야 했다. 구독은 쉬운데, 해지는 어렵게 설계해놓은 사악한 마케팅 전략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너지가 공공정책과 마케팅에 광범위하게 퍼져 나가면서 슬러지라는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급증하는 슬러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지인지 슬러지인지 정도는 분명히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또 최종판에서 저자들은 코로나19가 너지 이론에 미친 영향을 현재진행형으로 살펴보고 있다. 가령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 두기의 필요성을 역설하자, 미국에서는 레스토랑 의자에 한 칸씩 띄어 '×' 표시를 해두거나 공원 벤치에도 테이프를 감아놓았다. 누구도 앉지 말라고 강제한 적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거리 두기가 시작된 것이다. 백신도 마찬가지다.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벌금을 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백신을 맞았을 때 인센티브를 강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백신 보급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건 코로나19 덕분에 자발적인 너지가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역설적이지만 저자들이 13년 만에 최종판을 내놓은 것 또한 "우리도 너지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적어놨다. 초판의 판권계약이 끝났지만 저자들은 현상 유지 편향 때문에 개정판을 내놓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출판사에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고쳐보겠느냐고 너지를 해오자 너지 이론의 창시자인 저자들마저 별 수 없이 걸려들었다는 것. 저자들은 이젠 더 이상 개정판은 없을 것이라고 너스레를 떤다. 마치 '너지를 당하지 않겠노라'고 다짐이라도 하듯이. 올해 75세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마저 움직이게 만드는 힘. 너지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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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3명 이상 못 받은 지연배상금 8억 규모SRT열차가 잦은 도착지연으로 이용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단 지적이 제기됐다.ⓒSR[데일리안 = 배수람 기자] SRT열차가 잦은 도착지연으로 이용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단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수서~광주송정~목포간 호남선의 열차 지연 횟수가 에스알(SR) 출범 초기 대비 급증, 열차 지연 최다 기록을 갱신한 것으로 파악됐다.12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조오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식회사 SR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SRT 열차도착지연 건수는 2016년 12월9일 개통한 이후 그해 6건, 2017년 68건, 2018년 158건, 2019년 66건, 2020년 81건, 2021년 8월 기준 127건 등 총506건에 달했다.호남선의 경우 2016년 12월에 개통한 첫해를 제외하면 2017년 12건에서 2021년 8월까지 44건으로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같은 기간 56건에서 83건으로 1.4배 증가한 경부선에 비해 증가폭이 훨씬 컸다.종착역 기준 전체열차 평균 지연시간은 2017년 1분57초, 2018년 1분41초, 2019년 1분47초, 2020년 2분, 2021년 2분19초로 지난해부터 2분대를 돌파해 증가하는 추세다.주요 열차지연 사유는 ▲선로안정화서행 ▲열차경합 ▲자연재해 ▲여객지연승차 ▲열차고장 등으로 나타났다.미지급된 지연배상금 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SR '여객운송약관'과 공정위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열차 지연 발생일로부터 1년 이내 지연배상에 대한 요청이 있을 경우 고객의 승차권 구매시 사용한 결제수단으로 환불하도록 명시하고 있다.공정위에서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 정한 지연배상기준은 20~40분 미만(12.5%), 40분~1시간(25%), 1시간 이상(50%) 등이다.이에 따라 SR이 최근5년간 총 지급해야 할 지연배상 대상은 15만4403명, 지연배상금은 23억4101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실제 지급된 배상액은 15억2656만원(65.2%), 미지급액은 8억1445만원(34.8%)인 것으로 확인됐다.조 의원은 "SR은 차별화된 철도서비스를 표방하며 출범해 15대 전략과제로 '고객 시간가치 제고'를 내세우고 있지만 열차도착 지연건수는 증가하고 지연 배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열차지연은 승객과의 신뢰로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개선방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주요 열차지연 사유는 ▲선로안정화서행 ▲열차경합 ▲자연재해 ▲여객지연승차 ▲열차고장 등으로 나타났다.ⓒ조오섭 의원실